겸암정사는 겸암(謙巖) 선생이 명종 22년(1567년)에 세우고 후에 학문연구와 후진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던 곳이다.
부용대의 서쪽 강의 흐름이 크게 감돌아 굽이치는 절벽, 화천 상류에 남향으로 자리 잡아 세워진 집으로 하회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의 하나이다. 터가 우묵하니 좁고 정사 앞 큰 나무들에 가려져 마을 쪽에서는 낙엽 진 겨울 한철을 제외하고는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는다. 정사 쪽에서 보면 맞은 편 백사장과 만송정의 솔숲, 마을의 여러 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풍광을 [겸암정사기]를 쓴 대산 이상정은 "무릇 흰 모래사장과 옥 같은 자갈의 벌이 넓고 아득하게 펼쳐져 있고, 백 길 푸른 절벽이 우뚝한 밑으로 푸른 강물이 유유히 감돌아 흐르는데, 운연은 아득히 수림 사이에 엉키어 흐릿하게 보여 아침과 저녁으로 변화하는 이취의 장면을 모두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아늑한 집안의 뜰을 조심스레 거니는 사이에 그 소유한 바가 이미 넉넉하고 많지는 않지만, 정자가 위치한 곳은 두 암반 사이에 서 있어 골짜기가 넓고 깊으나 집은 그윽한 곳에 있고 지세는 높아 강기슭을 따라 지나가면서 옆으로 비껴 보면 벼루의 암벽과 칡넝쿨 사이로 은은하게 가려져 보일 듯 말 듯 하여 왕왕 정자가 있는 줄도 모를 지경이다. 대저 있어도 없는 것 같고, 안으로는 부유하면서도 밖으로는 검소해 보이는 것은 모두 '겸(謙)'에 가까운 뜻이다."라고 하였다.
낮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경내에는 안채와 사랑채가 자리잡고 있다. 안채는 홑집으로 'ㄱ'자형이며, 사랑채인 정사는 겹집 형태의 일(一)자형으로 앞 퇴를 다락집형으로 한 것이 특색이다. 겸암정사에 게시된 현판 중에「겸암정(謙巖亭)」은 스승인 퇴계 이황(李滉, 1501~1570) 선생의 친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