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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이야기-칡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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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 다리

징비록」의 「잡기」편에는 『칡 다리』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쓰여 있다.
.... '계사년 정월에 중국 군사가 평양을 떠났다. 나는 그때 군사의 앞에 가고 있었다. 임진강은 물이 얼어서 건너갈 수가 없었다. 제독은 연달아 사람을 보내어 부교를 만들라고 재촉했다. 내가 금교역에 도착해서 보니, 황해도 수령이 아전과 백성들을 시켜 대군에게 밥을 대접하느라 들에 가득히 앉아 있었다. 나는 우봉 현령 이희원을 불러서 물었다.
"그대가 데리고 온 읍인이 몇 명이나 되는가?"
"수백 명은 됩니다."
나는 그에게 분부하였다.
"그대는 속히 읍인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 칡을 많이 끊어 가지고, 내일 낮에 임진강 어귀에서 나를 만나도록 하되 기약을 어기지 말라."
희원은 영을 받고 물러 갔다.
이튿날 나는 개성부에서 자고 그 이튿날 새벽 덕진당으로 달려가 보니 아직도 강의 얼음이 풀리지 않았다. 얼음 위에도 물이 반 길이나 흐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하류에는 배가 올라오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경기 관찰사 권징과 수사 이빈, 장단 부사 한덕원, 그리고 창의추의군 천여 명이 모두 강 위로 모여들었으나 모두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우봉 현령을 불러서 칡을 가져오라 해서 굵은 동아줄을 꼬게 했다. 이것으로 크기는 몇 아름, 길이는 강을 건널 만큼 만들어 남쪽·북쪽 언덕에 각각 기둥 두 개씩을 세우고 가로 나무 하나씩을 매었다. 거기에 동아줄 열다섯 가닥을 늘여 강을 덮었다.
강이 넓고 깊으니 이 동아줄은 가운데에서 늘어져 물에 잠겼다. 보고 있던 여러 사람들이,
"공연히 헛품만 없애는군!"하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나는 다시 천여 명을 시켜 각각 짧은 막대기를 가지고 동아줄을 몇 바퀴 감으니 팽팽하여 마치 빗살과 같이 뻗쳤다. 이것을 여럿이서 가로 엮어 나가니, 어엿한 다리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가느다란 버들가지를 꺽어다가 깔고 풀을 덮은 다음 다시 흙을 덮었다.
중국 군사는 이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여 모두 말을 달려 건너가고 포차와 군기도 이 다리로 건넜다.
차츰 계속하여 건너가는 자가 더욱 많아지자 새끼는 약간 늘어져 물 위에 닿으려 했다. 이것을 보자 대군은 얕은 여울로 해서 강을 건너니, 이리하여 이 강은 완전히 건너게 되었다.
내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창졸간에 칡을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여기에 다시 새끼 30줄을 꼬아 다리를 만들었던들 줄이 늘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